새 안경을 맞춘 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안경이 잘못 만들어진 것 같아요.”
“같은 도수인데 왜 더 어지럽죠?”
19년 동안 안경원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수도 없이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실제로 안경이 잘못 제작된 경우보다 눈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경우가 훨씬 많다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어지러움이 정상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는 적응하면 해결되고, 어떤 경우는 다시 검안을 받아야 합니다.
오늘은 실제 안경원에서 손님들에게 가장 많이 설명드리는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같은 도수인데도 어지러운 이유
“기존 안경이랑 같은 도수인데 왜 더 선명하면서 어지럽죠?”
이 질문도 정말 자주 받습니다.
많은 분들이 도수만 같으면 기존 안경과 똑같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사용한 렌즈는 미세한 스크래치와 코팅 손상이 생기면서 선명도가 조금씩 떨어집니다.
본인은 익숙해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새 렌즈로 교체하는 순간 갑자기 선명도가 올라가면서 오히려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고도근시인 경우 이런 차이를 더 크게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같은 도수라도
- 안경 크기
- 렌즈 위치
- 정점간거리(Vertex Distance)
- 안경의 경사각(Pantoscopic Tilt)
등이 달라지면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렌즈 설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구면 렌즈에서 비구면 렌즈,
비구면에서 양면비구면 렌즈로 변경하면 같은 도수라도 시야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같은 도수인데도 렌즈 설계만 달라져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사례를 자주 경험합니다.
노안이 시작되는 시기에는 같은 도수도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0대 후반부터 40대가 되면 눈의 조절력이 조금씩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기존 안경과 같은 도수를 사용하더라도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정점간거리의 작은 변화도 근거리와 원거리 시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연령대 손님께는
“기존 도수 그대로 맞추는 것보다 현재 눈 상태를 다시 검사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라고 설명드립니다.
검사 결과가 달라졌다면 기존 도수에 맞추기보다 현재 눈 상태에 맞는 도수로 적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편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PD가 달라지면 눈이 피로할 수도 있습니다
안경을 만들 때 매우 중요한 값 중 하나가 PD(Pupillary Distance, 동공거리) 입니다.
오랫동안 기존 PD에 맞춘 안경을 착용한 분들은 실제 측정한 PD와 차이가 있는 새 안경을 착용했을 때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특히
- 양안 PD
- 단안 PD
를 정확하게 측정해 제작한 안경이라도 처음에는 폭주와 조절 때문에 눈의 피로를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럴 때는 손님께
“새 안경이 잘못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눈이 새로운 중심점에 적응하는 과정일 수 있습니다.”
라고 먼저 설명드리고 적응 기간을 충분히 안내해 드립니다.
안경테만 바꿔도 느낌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입니다.
코받침이 있는 금속테에서 뿔테로 변경하거나,
반대로 뿔테에서 코받침이 있는 안경으로 바꾸면 정점간거리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조절력이 좋은 젊은 분들은 큰 차이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조절력이 감소하기 시작한 연령에서는
- 근거리가 불편하거나
- 원거리가 어색하거나
- 눈이 쉽게 피로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안경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구조가 달라졌기 때문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기존 안경이 과교정이었다면 더 선명한데도 멀리가 불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자주 있었던 사례입니다.
기존 안경이 조금 과교정된 상태였다면
새 안경은 현재 눈 상태에 맞춰 도수를 조정하게 됩니다.
그러면
근거리는 훨씬 편안해졌는데
오히려 멀리가 덜 선명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습니다.
특히 운전을 자주 하거나 원거리 시야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운전용 안경과 일상용 안경을 구분하거나,
현재 눈 상태에 맞는 도수에 먼저 적응해 보시도록 권해드립니다.
적응 후에도 생활에 불편함이 있다면 사용 목적에 맞는 안경을 따로 사용하는 것이 더 만족도가 높은 경우도 많습니다.
언제 다시 안경원을 방문해야 할까요?
새 안경을 착용한 뒤 약간의 어지러움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적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하루 만에 다시 방문하셨다가 일주일 정도 착용한 후에는 불편함 없이 잘 사용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아래와 같은 경우라면 적응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반드시 다시 검안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 1~2주 이상 어지러움이 계속될 때
- 두통이 계속될 때
- 한쪽 눈만 심하게 불편할 때
- 사물이 기울어 보일 때
-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경우
이런 증상은 단순 적응이 아닌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마무리
새 안경을 착용한 뒤 어지럽다고 해서 무조건 안경이 잘못 만들어진 것은 아닙니다.
같은 도수라도 렌즈 상태, 렌즈 설계, 정점간거리, PD, 안경테 구조, 현재 눈의 상태에 따라 처음 며칠간은 충분히 어색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참고 쓰는 것도, 하루 만에 포기하는 것도 아니라 현재 눈 상태와 불편한 원인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안경은 단순히 도수만 맞추는 제품이 아니라, 개인의 시력과 생활 환경, 착용 습관까지 함께 고려해야 가장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혹시 새 안경을 맞춘 뒤 불편함이 계속된다면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안경원에서 다시 검안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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