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누진렌즈는 멀쩡했는데 안경테가 부러졌습니다

힌지가 파손된 검은색 안경테와 기존 렌즈를 옮겨 사용할 임시 안경테를 작업대 위에 나란히 놓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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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휴일, 한 달 전에 누진다초점안경을 맞춰 가셨던 고객님이 파손된 안경을 들고 다시 방문하셨습니다.

손주가 놀러 와 반갑게 안아주던 중 안경을 잡아당겼고, 바닥에 떨어진 안경을 미처 보지 못한 채 밟으셨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다치지 않은 것은 다행이었지만 안경테 힌지 쪽 경첩은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파손돼 있었습니다.

렌즈는 에실로 바리락스 XR 1.60 누진다초점렌즈였습니다. 구매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가격도 약 100만원에 이르는 렌즈였기 때문에, 고객님은 안경테를 수리하는 동안 기존 누진렌즈를 그대로 재사용하길 원하셨습니다.

안경테가 부러졌다고 누진렌즈를 아무 프레임에나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렌즈 외형뿐 아니라 좌우 위치와 높이, 눈앞에 놓이는 각도까지 기존 안경과 가깝게 맞출 수 있어야 합니다.

파손된 안경테, 멀쩡하게 남은 누진렌즈

기존 안경테는 금자안경 KA-52 49사이즈였습니다. 가볍고 얇은 뿔테를 원하셨던 고객님에게 얼굴 폭과 도수가 잘 맞았고, 착용했을 때 세련된 인상도 마음에 들어 선택했던 프레임입니다.

파손 부위는 힌지 쪽 경첩이었습니다. 단순히 나사가 빠진 상태가 아니라 프레임 자체를 수리해야 했기 때문에 금자안경 본사로 A/S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렌즈 표면과 가장자리에는 눈에 띄는 손상이 없었습니다. 렌즈가 깨지거나 코팅이 벗겨졌다면 재사용 여부보다 렌즈 상태부터 다시 판단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프레임만 파손된 상황이었습니다.

기존 렌즈의 교체 시기를 판단할 때 확인할 부분은 안경렌즈를 바꿔야 하는 상태와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서도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번에는 렌즈를 다시 깎을 수 없었습니다

기존 렌즈보다 작은 프레임을 선택하면 렌즈를 다시 가공해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수리가 끝난 뒤에는 같은 렌즈를 다시 원래의 KA-52 프레임에 넣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임시 프레임에 맞춰 렌즈 가장자리를 조금이라도 추가 가공하면, 수리된 원래 프레임에서는 렌즈가 작아져 유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임시 안경은 렌즈를 다시 깎지 않고도 들어갈 만큼 기존 프레임과 외형이 가까워야 했습니다. 단순히 비슷하게 생긴 안경테가 아니라 렌즈 가로·세로 크기와 모서리 형태까지 거의 일치하는 프레임이 필요했습니다.

비슷한 형태의 국내 프레임을 찾은 이유

매장에 있는 여러 프레임과 기존 렌즈를 비교한 끝에 KA-52와 형태가 유사한 국내 프레임을 찾았습니다. 가격은 원래 프레임보다 낮았지만 렌즈 외형과 거의 맞아 추가 가공 없이 사용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브랜드나 가격이 아니라 실제 렌즈가 프레임 안에 어떻게 들어가는지였습니다. 겉모양이 비슷해도 렌즈 한쪽이 뜨거나 프레임 홈과 맞지 않으면 장착 과정에서 렌즈나 프레임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번 프레임에는 기존 렌즈가 거의 유격 없이 들어갔습니다. 한 달 뒤 다시 원래 안경테로 옮겨야 했기 때문에 렌즈 외형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누진렌즈는 위치를 다시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고객님의 도수는 양안 근시 약 -2.50D에 가벼운 난시가 있었고, 가까운 거리를 보기 위한 가입도는 +2.00D였습니다. PD는 64mm였습니다.

이 수치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누진렌즈의 원거리 기준점과 누진 통로, 근용부가 기존 안경에서 사용하던 위치와 최대한 비슷하게 놓이는지였습니다.

기존 렌즈의 표식과 에실로 설계 차트에서 기준점을 다시 확인한 뒤, 고객님의 눈 위치와 기존 안경의 착용 높이에 맞춰 임시 프레임을 피팅했습니다.

임시 안경이라고 해서 대략적인 위치로 장착하면 멀리는 보이더라도 중간거리나 가까운 거리에서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누진다초점렌즈를 선택할 때 도수 외에 확인해야 할 조건은 돋보기와 누진다초점안경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이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야는 괜찮았지만 착용감은 달랐습니다

완성된 임시 안경으로 원거리와 근거리 시야를 확인했을 때 고객님은 보는 데 불편한 점은 없다고 하셨습니다. 누진렌즈의 위치도 기존 안경과 가깝게 맞았고, 한 달 정도 사용하는 임시 안경으로는 기능적인 목적을 충족했습니다.

하지만 착용감까지 원래 안경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고객님은 KA-52의 가늘고 길게 이어지는 다리 끝부분이 귀 뒤에 편안하게 놓이는 점을 좋아하셨습니다. 임시로 선택한 프레임은 다리가 더 두껍고 전체적인 무게감도 달라 귀 주변의 압박과 착용감 차이를 바로 느끼셨습니다.

외형이 비슷하고 같은 렌즈가 들어간다고 해도 프레임 소재와 다리 두께, 힌지 구조, 무게 중심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도수와 렌즈라도 착용 위치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이유는 같은 도수인데 안경 느낌이 달라지는 정점간거리와 피팅 차이와도 연결됩니다.

임시 프레임이 해결한 것과 해결하지 못한 것

유명한 안경테와 비슷한 형태로 제작된 국내 프레임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가격 부담이 적고 기존 렌즈를 임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실용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레임의 마감과 무게 배분, 안경다리 끝부분의 형태, 힌지 움직임과 같은 세부적인 착용감은 원래 제품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이번 고객님도 시야보다 프레임의 디테일에서 오는 차이를 더 분명하게 느끼셨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디자인의 프레임을 원래 제품과 같은 안경처럼 권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처럼 수리 기간 동안 기존 고가 렌즈를 보호하며 사용할 임시 안경이라는 목적이 분명할 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기존 누진렌즈를 재사용할 수 있었던 세 가지 조건

  • 렌즈 표면과 가장자리에 재사용을 막을 만한 손상이 없었습니다.
  • 추가 가공 없이 기존 렌즈가 거의 맞는 프레임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누진렌즈의 기준점과 착용 위치를 기존 안경과 가깝게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셋 중 하나라도 맞지 않았다면 고가 렌즈가 아깝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특히 렌즈를 억지로 눌러 넣거나 임시 프레임에 맞춰 다시 깎는 방식은 원래 프레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님은 한 달 정도의 착용감 차이는 감수할 수 있다며 임시 안경을 사용하기로 하셨고, 원래 KA-52 프레임은 본사 A/S를 접수했습니다.

현재 이 누진렌즈는 수리가 끝날 때까지 임시 프레임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경테가 파손됐을 때 기존 렌즈를 살릴 수 있는지는 렌즈 가격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렌즈 상태와 외형, 누진 기준점, 새 프레임의 구조를 실제로 겹쳐 확인한 뒤에야 가능한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작성·검수: WiseFocus 운영 안경사

2007년 안경사 면허 취득 · 안경원 현장 경력 약 19년

실제 상담과 렌즈 가공, 누진다초점 상담 및 안경 피팅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사례 속 고객 정보는 개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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